시론-농업인도 농업법에 관심을 ‘농업법’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법률전문가들조차 그런 법분야가 있는지 반문하곤 한다. 하지만 2004년 3월31일 현재 농림부가 농림법령으로 분류해 놓은 법률만도 55개에 이르고,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생명공학, 환경과 건강, 지적재산권 등 최첨단 분야가 결합돼 농업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농업에 대한 법률적 접근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농업·농촌기본법, 농지법, 농업기반공사및농지관리기금법, 농업협동조합법, 종자산업법, 농작물재해보험법, 친환경농업육성법 등이 만들어졌다. 이같이 농업법의 형식적 체계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지면서 농업법이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업인의 보호라고 하는 기본이념에 충실할 수 있도록 농업법을 실질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농업법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농업법에 관해 관심조차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농업법은 농업·농촌·농업인에게 특수하게 적용되는 법으로서 농업을 토대로 생성·발전되고 농업정책으로 구체화되는 독자적인 법 영역이다. 농업법은 식량의 안정적 공급 및 농업의 다원적 기능 등의 수행을 통하여 농업인의 균형된 소득을 실현하고 농촌을 풍요로운 생활공간으로 발전시켜 농업·농촌·농업인을 보호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우리는 법치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법은 사회구성원 간의 합의다. 법이 만능은 아니지만 법을 알지 못하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여전히 법은 멀게 느껴지고 가능한 한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처벌과 규제를 위한 법들이 있는 반면 보호와 지원을 위한 법도 무수히 많다. 농업법은 원칙적으로 농업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법이고 또 그래야 하며, 따라서 농업법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만 농업인들이 자신의 권리와 권익을 행사하고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농업인은 농업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법률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법률전문가들과 농업전문가들은 농업법에 관한 연구와 농업법의 정비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우리 농업의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이 엄중한 현실 속에서 우리 농업이 자생력을 갖추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 위와 같은 관점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농업법에 관한 여러 쟁점과 농업인들이 부딪치는 법률문제를 함께 고민해나갔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다. 김 병 문 〈변호사·서울대 농업법 강사〉bmw25@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