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선’ 농협 신·경 분리 논란 (농어민신문에서 펌글) 2004-7-26 황민영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제1차 공청회가 지난 7월 21일 국회에서 열렸다. 열린우리당 이철우의원이 주관한 행사이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처음 국회에서 관심을 갖고 논의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이날은 농협법 개정의 핵심과제로서 논란이 되어 온 중앙회 신경분리에 대한 첨예한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생산적이지 않았다. 그것은 10년을 끌어 온 신경분리 문제에 대해 정부의 의지가 확실치 않았고, 두번째는 농협중앙회가 경제사업 적자보전, 교육지원사업비 조달, 그리고 충분한 자본금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 등을 내세워, 신경분리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측은 한국금융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서 1단계로 사업부제를 강화해 실질적인 신경분리 체제를 갖춘 후 신용·경제사업의 흑자 실현, 자본 확충 등을 통한 2단계 준비를 하여, 신경분리를 추진하는 안, 즉 신경분리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신경분리가 불가능하다. ○‘이상한’ 신경분리 전제조건 그것은 신경분리를 통하여 전문화된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야 경제사업에서 흑자를 실현할 수 있고, 금융개방시대 신용사업의 국제경쟁력을 더욱 높이며 명실공히 조합원을 위한 전문지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인데, 오히려 거꾸로 이를 신경분리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은 한국금융연구원에 용역을 맡긴 것부터 잘못이다. 법에는 “협동조합에 관하여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연구기관에” 연구를 의뢰하도록 했었다. 적어도 한국금융연구원은 국제적인 연구기관, 협동조합에 권위가 있는 연구기관도 아니다. 당초 법 제정에서 우려했던 객관성조차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자본금 확충의 문제도 농협의 논리대로라면, 해결될 수 없다. 농협은 아직까지 신경분리 문제를 전향적으로 표명한 바가 없다. 농민조합원이야 어찌되든 회원조합이야 어찌되든, 농협중앙회로서는 현 상태가 최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농민조합원의 어려움, 회원조합의 경영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농협의 구조개혁, 임직원의 의식개혁, 조합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개혁 없이는 협동조합에 대한 신뢰의 위기-경영의 위기-사상의 위기가 순환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민조합원의 협동조합에 대한 요구는 경제사업이고, 권익대변이다. 적극적인 권익 대변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판매, 구매, 가공, 수출 등 협동조합을 통한 시장교섭력을 높이려면 지금의 경제사업로는 안된다. 아무리 규모화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소농일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협동조합을 통하여 소득향상을 꾀해야 한다. 지금까지 농협의 신용사업은 경제사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보았지만, 경제사업은 만성적인 적자구조로 고착화 됐고, 직원은 물론이고 임원조차 협동조합의 경제사업은 적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용사업에서 흑자를 실현하여 보전해야 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경제사업 적자논리는 ‘허구’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신용사업의 흑자, 경제사업의 적자구조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신용사업의 흑자는 정책자금, 공금고 등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누리는 특혜적 요인때문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욱 다양한 유리한 조건을 누리면서 경제사업은 영원히 적자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것은 책임있는 경영자의 자세가 아니다. 이런 임직원의 자세, 의식으로는 조합원이 기대하는 농협으로의 밝은 비전은 있을 수 없다. ○조합장들이 개혁 앞장서야 또 하나는 조합장들이다. 이번 공청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연출됐다. 기본적으로 중앙회 개혁은 조합 중심으로의 경영을 지향하기 위한 몸부림인데도, 중앙회의 신경분리가 조합의 신경분리인양, 그리고 중앙회의 무이자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는 것처럼 이해하고 있는 조합장이 있었다. 그리고 중앙회장의 비상임 전환을 크게 걱정하는 조합장도 있었다. 오히려 중앙에 개혁 부진의 책임을 따져야 할 일인데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조합장들이 농협개혁을 위해서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앞장서 실천할 때이다. 농협개혁에 대한 조합장들의 진면목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조합원에 의한 조합해산사태라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 오늘 협동조합 개혁의 어려움은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할 조합장이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이다. 과거의 예로 보아 국회 심의과정에서 개혁 후퇴적인 법안이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만은 그래서는 안된다. 그런 뜻에서 국회 공청회가 충분한 현장의 소리를 듣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변화하는 시대에 협동조합이 농민조합원을 위해 크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되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