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6월 들어 내린 잦은 비와 바람에 매실을 따기까지 마음이 조마조마 했답니다. 안 그래도 늦게 따는 탓에 떨어지는 매실이 많은데 잦은 비와 바람에 더 많이 떨어져 버리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이제 귀농한지 오년차인데 제가 온 이후로 이곳은 올해가 매실 작황이 가장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늦게 따기로 한 것은 더 잘 익은 매실을 보내 드리겠다는 마음인데, 작년에도 누른 빛이 나는 매실을 보고 항의하는 고객이 있어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청매는 매실의 한 종류일 뿐, 빨리 따는 덜 익은 매실은 좋지 않아요. 모든 과일이 그러하듯 매실도 충분히 잘 익은 것이 더 맛과 향이 좋답니다. 그런 매실로 효소를 담아야 효소 맛이 더 좋은 것은 당연하고요. 며칠 전 대파 모종을 심는다고 호미를 들고 풀을 매고 있었어요. 호미가 가는 한 곳에 개미왕국이 있었던 겁니다. 개미가 숨겨 놓은 양식이며, 개미 유충이며, 개미왕국의 미로가 내 호미질에 난장판이 된 것입니다. 개미 세계에서는 중국 쓰촨성의 지진보다 더 큰 사건일 수 있겠지요. 습격을 당한 개미들은 아수라장이었어요. 잠시 손을 놓고 보고 있는데 그 새 투쟁적인 개미들이 호미를 타고 내 손으로 올라와 손목을 물고 팔뚝을 물고 겨드랑이까지 물었어요. 나를 물어뜯는 개미의 저항은 당연한 겁니다. 원래 그 땅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개미이기 때문입니다. 흙속에는 무수한 생명체가 살고 있습니다. 그 생명체들이 있어 흙은 더 건강하게 살아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흙에 원하는 작물을 얻고자 농약을 치고 제초제를 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흙속의 생명체가 죽고 흙도 죽습니다. 죽은 흙 위에서 자라는 작물 또한 농약과 제초제에 오염된 채 우리식탁에 오르겠지요. 그런 것들이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것입니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 것은 땅을 살리는 길이고, 땅속의 무수한 생명체를 살리는 길이고, 더불어 우리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살리는 길입니다. 조금 비싸도 친환경농산물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땅의 주인은 제가 아니라 개미이고 지렁이고 미생물이고 흙속에 사는 각종 생명체들이라 생각합니다. 그 생명체들에게 땅을 빌려 쓰고 있는 거지요. 그들과 더불어 건강하게 살수 있는 농사를 짓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면서 저를 믿고 이웃에 소개까지 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하며 그런 믿음이 헛되지 않을 농부 친구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