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혁명적’ 농가부채대책을 기대한다   2007-7-21   김성훈 상지대 총장 / 경실련 대표 지난 4월초 한·미FTA 타결에 따른 국회대책회의에서 일등공신(功臣)으로 떠오른 통상교섭본부장이 장차 협정이 발효되면 농업부문이 가장 피해를 받을 것이라는데 동의하며 그 대책으로서 ‘혁명적인 농업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협상과정에서는 취약분야인 농업부문에 대하여 지나치다 할 만큼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며 퍼주기를 사양치 않던 교섭본부장이 마치 주무장관이나 된 듯 주장하는 말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저의가 찜찜하다는 것이 농업계의 중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되어 경제부총리가 주무부서 장관을 제치고 미국산 뼈있는 쇠고기를 9월 추석 전까지 수입할 것으로 발표하였다. 옆에 있던 주무장관이 미처 부정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 무렵 주무부서는 기껏 지방정부가 거둬들이던 도축세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위 어느 것도 혁명적인 농업정책감이 되지 못함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후 연달아 발표되고 있는 농업대책들도 이미 예상되었던 기왕의 정책들을 살짝 윤기를 더 내거나 조금 각색한 부류들뿐이다. 기왕의 정책 윤기만 내서야 혁명(革命)적이라 함은 ‘통상적인 방법이 아닌 비상수단으로 현 상태를 급격하게 변동·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5.16 군사혁명 후 전국적으로 일제히 농어가고리채를 정리하고 농업은행과 농협을 긴급조치에 의해 하나의 종합농협으로 통합했던 사례가 혁명적인 정책이라 말할 수 있다. 당시 이 두 가지 혁명적 조치를 계획하고 입안했던 김준보(金俊輔·94) 전 서울농대 교수님은 농가부채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농촌경제 회생은 불가능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농업’이라는 접두사를 단 농업은행은 말이 농민은행이었지 일반은행과 별반 차이가 없었고, 은행은 은행일 뿐이며, 그 직원들 역시 은행원이었을 뿐이어서 신경(信經) 분리의 폐단을 극복하고자 농협조직과 통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대통령께서는 농업부문을 단순히 상품을 생산하는 시장경제조직으로 새로 보기 시작하신 모양이다. 농업정책분야에도 자유주의 폭풍이 몰아닥칠 신호이다. 예컨대 경쟁력 있는 상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농업인은 퇴출시키고 살아남는 농민만 가지고 농정을 펴나가겠다는 것이 그러하다. 정부가 기업농만 키우고 일반 소농과 가족농업은 포기하는 정책도 하나의 혁명적인 정책일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 그것이 가능할까. 설사 가능하다 할지라도 그에 따르는 각종 부작용과 피해 그리고 그 사회적 부담과 국민적 비용은 과연 경제적일까. 아무도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시행착오 끝에 막대한 예산낭비와 사회적 혼란만 발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개방화 시대에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 본 현장의 농업인들은 개방화된 품목을 피해 정부가 권장하는 새로운 품목으로 주력농업을 바꾸어 변신하는 농민일수록 그 지역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자주 거론한다. 바야흐로 선량한 대한민국의 농민들은 우루과이 라운드, IMF, 한겺Ⅷ툲TA, WTO 쌀재협상 그리고 이제 한겧?FTA와 한갋U FTA로 인해 점점 영농의 선택권과 입지가 좁아져 마지막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필연적으로 특정분야 특정품목에 대한 정부지원은 강화될 것이고 그것은 곧 부채의 가중으로 결말 날 운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지런하고 약삭빠른 농민일수록 억대를 넘는 부채에 시달리며 절망할지 모른다. 빚을 얻어 새 농사를 지어봤자 기왕의 빚 때문에 더 깊은 수렁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빚 내 농사짓다 ‘수렁속으로’ 따라서 한·미 FTA가 연내에 비준되고 새 정권이 들어 설 내년 초쯤 그 효력이 발효된다고 가정 할 경우, 정부가 기대해 마지않는 선진농가일수록 기왕의 농가부채에 발목이 잡혀 국제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이른바 흑자도산(黑字倒産)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사전에 막아내기 위해서도 혁명적인 농가부채대책은 아주 중요하고 시급하다. 부채의 족쇄로부터 농가경제를 해방시켜주지 않고서 농업인들이 한·미FTA 하에서 새롭게 기사회생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이다. 그런 형편에 국제경쟁력이 어떻고, 명품 생산이 어떻고 감놔라 배놔라 훈수하는 소리는 문자 그대로 ‘○나발’이다. 부채정리 없인 ‘백약이 무효’ 그래서 다시 강조하지만 현단계의 농정에서 혁명적인 대책은 농가부채 해소책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IMF 때 160조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파산 직전의 주요은행들과 기업들이 어떻게 지금처럼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아직도 그때 투입한 공적자금은 반(半)도 제대로 회수되지 않았고, 일부 회수불능인 공적자금 부채는 소각(탕감) 조치 했지만 보수언론이나 학자들은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억하심정인지 그동안의 개방정책과 농정실패로 불어난 30조원가량의 농가부채정리 주장에 대하여는 툭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시비만 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최소한 현재 농가부채이자에 대해서 만이라도 공적자금으로 동결(면제)조치하면 어떨까. 한미FTA의 비준과 동시에 현정부든 새정부든 농업부문에 대하여 IMF 때 공업부문에 했던바와 같이 공적자금을 투입, 혁명적인 농가부채 대책을 펴주길 고대한다. 2007. 7. 23일자 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