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자유무역협정은 누구를 위한 협정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정부는 국익을 위한 용단이었다고 말하고, 일각에서는 한국산업의 뿌리를 고사시키는 협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집단을 그 옛날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나라를 절단 낸 집단과 동류로 취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과 FTA를 맺으면 모든 나라가 잘 살 수 있을텐데 왜 협정을 맺은 국가는 몇 나라에 불과한 것인지 정부는 설명할 수 있을까? FTA는 철저히 미국식으로 재단된 원칙에 의해 한 주권국가를 미국의 변방위성국으로 만들려는 경제정책이고, 정치적 전략이다. 협상대상국의 지리적, 정치적, 경제적 특성은 무시되고 오로지 미국의 제시한 잣대로만 맞추거나 그만둬야 하는 게임이 FTA다. 협정이란 적어도 어느 부문에서는 상대보다 우월한 면이 있어야 밀고 당기는 힘이 있게 된다. 애당초 우월한 부문도 없이 협상하겠다고 나섰으니 그 게임은 하나마나다. 의제에도 없던 쌀과 쇠고기 등, 선결 4개 과제를 풀어야 본 게임에 참석시켜준다는 어처구니없는 미국의 요구대로 움직인 협상은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을 포기한 협상이다. FTA는 미친 쇠고기를 앞세운 미국식 횡포다. 2003년 발견된 미국의 광우병이 실제 사람에게 나타나려면 최소 5년부터 최대 50년이 걸리는 긴 잠복기간을 거쳐야 한다. 3억 미국인도 안심하고 먹는 미산쇠고기를 비난한다고 주장하는 그들에게 자식들과 나란히 앉아 미산쇠고기를 먹도록 권해보자. 그리하여 자식들대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미국식 의료보험제도아래서 최소 5천만 명의 미국인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현실을 설명해 보라고 하자. 부자만을 위한 의료보험과 가난한 이를 위한 의료보험이 양립할 수 없다. 이는 기업논리상 돈벌이가 되지 않는 보험은 결국 파기 처분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로 산길을 달려 외딴 노부모의 집에 우편물을 배달하는 우편배달부는 FTA시대가 도래하면 그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우표 한 장 값으로 가까운 거리나 먼 거리를 함께 배달하는 행위는 국가가 개입한 불공정행위로 미국 택배사의 국가소송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산골 노부모는 자식의 편지를 받기 위해 막대한 경비를 부담하거나 소식을 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수십 개의 전주를 세워 전기를 공급받으려면 수익자부담 원칙에 의거해 어마어마한 전기료를 부담해야 하거나, 호롱불로 밤을 새야할 처지가 된다. 공공요금이나 공익사업이란 말은 사전에나 존재하는 말이 되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수많은 전기회사들이 경쟁을 벌여 가구별로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가 서로 달라, 임대차계약 시 특정회사의 전기를 사용한다는 문구가 반드시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돈 없는 사람들은 30촉 전구 하나로 밤을 맞을 것이고, 돈 많은 사람들은 샹들리에 불빛아래 파티를 여는 10대90사회가 될 게 뻔하다. 학교도, 극장도, 전기도, 수도도, 병원도, 우편물도 돈 때문에 없는 사회는 황무지나 다름없다. 농촌의 어메니티는 그 곳이 사람이 살만한 곳일 때 이뤄진다. 파헤쳐진 논밭과 전기공급이 끊어진 전주와 유리창 깨진 을씨년스런 분교위로 스산한 바람만이 지나는 곳에 어메니티는 없다. FTA시대가 오면 장밋빛 꿈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애당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환경과 노동문제로 한미FTA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식 방식이다. 아무 때나 ‘넌 해고야’라고 말할 수 있는 미국식 제도가 도입돼야 속이 시원하다는 식이다. 전체 국민의 10%만을 위한 협정은 그들만의 리그다. 삼성전자가 물건을 팔기 위한 협정이라면 전 국민을 삼성전자 직원으로 채용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국가를 지탱할 힘든 직업에 종사하다가 어느 날 ‘넌 해고야’라는 통보를 기꺼이 받겠는가. 정부의 발표대로 5월21일 협정문 전체가 공개되면 정말 꼼꼼하고, 정확하게 조목조목 분석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하고, 그렇게 못한다면 협정이 비준돼서는 안 된다. 그 길만이 대한민국 보통국민의 생존방법이기 때문이다.   농업인신문 '07. 5. 21자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