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진범(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 농업기술센터는 한국농업과 농업인들의 소중한 자산이고, 구심점이다. 생명산업인 농업은 산업구조의 급격한 공업화와 서비스업의 발달로 인해 국부창출의 산업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 현상이다. 그러나 세계 어디서도 산업비중이 낮다고 농업을 포기하고 내동댕이치는 나라는 없다. 이는 농업이 바로 생명산업이고 국가의 근간산업이기 때문이다. 농업을 중심으로 해서 전 세계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본다면, 농산물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많은 선진국과 수출보다는 수입의존도가 더 큰 선진국,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많은 개발도상국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으로 나눠볼 수 있다. 농업선진국은 다시 크고 강한 나라와 작지만 강한 나라로 세분할 수 있고, 첫 번째 범주에 속한 국가로는 미국·캐나다·호주·프랑스 등이고, 두 번째 국가군은 네덜란드·덴마크·뉴질랜드 등이다. 산업비중이나 인구비중이 1%에 불과한 미국의 농업은 연간 550억 달러 이상의 농산물을 수출하는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농업강국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풍부한 자원과 좋은 자연조건, 농업인의 개척정신이나 연관 산업의 발달 등도 발전에 기여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철저한 지원정책과 정치권의 후원이었다. 미국의 농업정책은 1930년대에 제정된 ‘농업조정법’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1970년부터는 3~7년 주기로 정부정책 내용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종합농업법’을 제정해 중앙정부의 통제 하에 농산물가격 및 농가소득 지지, 금융, 기술, 정보 등은 물론 교육과 농업재해 지원, 해외 농산물시장 개척 등,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경지면적의 절반도 안 되는 작은 나라다. 허나 농산물 수출액은 연간 330억 달러 수준으로 미국·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의 수출대국이다. 작지만 강한 나라의 건설은 불리한 자연조건을 극복한 의지와 상인정신, 정부의 정책지원과 관련 기업의 성장 등이 융합된 결과다. 반면 한국의 농업정책은 1997년 농촌지도직이 지방화 된 이후 지속적인 농업행정업무와의 통폐합으로 발전은 고사하고 점차 쇠락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기술개발과 지속적인 연구 활동이 뒷받침돼야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산업이 농업이다. 천문학적 연구비와 수많은 우수인재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결과물을 겨우 출산시킬 수 있을지 말지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미국이나 네덜란드의 예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중앙정부 차원의 지속적 정책지원이 없고서는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의 실현이라는 행정편의주의가 탄생시킨 농업기술센터 지도직 공무원의 지방화는 그래서 애당초 첫 단추를 잘못 꿴 제도다. 실제로 농업기술센터와 농촌지도직이 지방화 된 이후 농촌지도 업무가 전체 업무의 54%에서 2007년 현재 14%로 크게 감소되었고, 전국 농업기술센터 159곳 가운데 68곳이 지자체 농정업무와 통폐합되어 1997년 6,700명에 달하던 농촌지도직 공무원 정원도 해마다 감축돼 2006년에는 4,900명으로 27%나 줄어들었다. 지도직은 말 그대로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 등을 지도하고 계몽하는 직이다. 지도는 교육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교육은 우수한 교사와 적절한 정책이 조화를 이뤄 지속적으로 행해질 때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4명이 나눠 했던 일을 1명이 떠맡았을 때 그 일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콩나물교실에서 교사 1명이 무슨 수로 개개인별 특성과 진로를 맞춤식으로 제공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획일화되고 천편일률적 행정만이 남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농정 방향이 중앙차원에서 지역으로 이관되고 있음은 현장에 근거한 정책으로 작지만 강한 농업을 육성하고자 함이 원 목적이었으리라 믿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지방자치단체 구조조정 지침’에 따라 시장·군수가 바뀔 때마다 조직개편의 ‘희생양’이 되는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농업을 제멋대로 사양 산업으로 내몰고, 경시하는 행정만능주의 탓이다. 언제 의자를 뺄지 모를 불안한 고용상태에서 훌륭한 업무성과가 나올 리 없다. 현장의 농업인들은 오히려 지도직 공무원을 지도해야 한다고 한탄하고 있음은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로 야기되는 제도상 폐해다. FTA시대를 맞아 한국 농촌·농업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 그나마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는 기술센터마저 민원이나 접수하는 서류센터화되면 농촌·농업의 미래는 없다. 이미 통폐합으로 인한 폐해를 경험했던 시군들이 재분리로 돌아서고 있음에도, 일부 시군들은 나몰라라식 분리를 강행하고 있음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고, 이 모든 책임은 단체장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무리수는 반드시 다른 무리수를 동반하고 결국은 자충수에 이르러 스스로를 옥죄는 결과를 가져옴이 진리다.   농업인신문 '07. 5. 21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