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옥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양곡도매시장 소장 농협이 생산서 소비까지 장악 지난 4월 8∼11일까지 일본의 양곡유통실태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GSnJ, 대한곡물협회와 공동으로 일본의 쌀 유통 실태를 조사하기 위하여 일본을 방문하였다. 고베에 위치한 일본 최고의 도매상인 (주)신메이 본사와 연구소 방문으로 둘째날 조사를 마치고, 다음날 오전은 JA효고록코 고베니시 영농종합센터 컨트리엘리베이터(우리나라의 RPC와 비슷)를 견학하였다. 오후에는 후쿠오카로 이동하면서, 전농 Pearl Rice 서(西)일본주식회사와 사다케 본사에 다녀왔다. 마지막날은 (주)신메이 큐슈공장 견학과, 카미미네 컨트리엘리베이터 방문으로 전 일정을 마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본은 농협을 중심으로 쌀의 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거의 모두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수요에 부응한 계획적인 생산 및 지역실정에 맞는 집하방식이 구축돼 있고, 가격형성과정에 일정하게 생산자의 입장이 반영되기 때문으로 보였다. 산지에서는 농협(JA)이 농가와 생산조직을 확보하여 육성하고, 라이스터미널과 벼 육묘시설 등 품질향상 물류 합리화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시설들은 기계·시설의 과잉투자 해소 및 노동력 절감효과 뿐만 아니라, 저장능력 확대로 전국적으로 작황이 좋아 풍년이 들어 가격이 떨어지면 시장에 유통시키지 않고 미곡을 보관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全農)에서는 자회사인 Pearl Rice(주)를 주축으로 판매에 전념하고 있다. 신메이와 같은 민간 대형 도매상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합병을 통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광역화로 영업소는 확대하는 등 치열한 판매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JA全農은 Pearl Rice(주)를 통해 쌀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신속하게 산지에 제공하고, 변화하는 도시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및 기호를 파악하여 소비지에서 소비촉진 캠페인을 실시하는가 하면, 모내기, 벼 베기 등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남의 장을 주선하는 등 생산현장에 반영시켜, 보다 좋은 쌀 생산을 독려하고 있었다. 일본 쌀 유통의 특징은 JA全農은 물론 도매업체와 소매상들까지 나서 쌀 소비촉진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이다. 소매상들의 단체인 일본 미곡소매상조합연합회는 Rice Marketing 세미나를 비롯한 경영개선 지도사업과 쌀 소비홍보사업, 복리후생사업 등을 펼치면서 소매상들의 권익보호는 물론 생산자와 ‘윈윈’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떻든 이번 방문의 목적은 우리나라 양곡유통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도출하여, 유통체계의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하고, 양곡도매시장 활성화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쌀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가가 관심이었다. 일본의 경우는 기준가격을 형성하는 기구가 있었다. 바로 ‘(재)전국미곡거래·가격형성센터’(이하, 쌀 가격센터)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 기구는 일본의 쌀 유통이 자유화 되면서 국내 쌀 가격형성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일본국내 쌀의 지표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판매자와 구매자에 대한 경쟁 입찰로 쌀 가격형성에 있어 투명성확보와 수급상황의 정확한 반영 등에 공헌하고 있다. 쌀 거래의 지표로 할 적정한 가격형성을 도모하고, 산지, 품종, 브랜드마다 수급동향 및 품질을 평가한 것이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하여, 수용에 대응한 생산을 유도하고, 유통의 활성화와 소비자의 적절한 선택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쌀 가격센터에는 농협과 상계(商系)업자 등 제1종 등록 출하취급업자와 제2종 등록 출하취급업자가 매도인으로, 도매업자와 소매업자들이 매수인으로 각각 참여하여 자주유통미(주식용쌀)에 대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입찰은 매주 실시하고, 특히 판매자가 얼마이상의 평균가격으로 판매하겠다고 제의한 희망가격을 놓고 입찰을 한다고 한다. 또한 센터에서는 현저한 가격상승과 하락을 막고 안정적인 가격형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거래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쌀에 관한 한 기준가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역할을 해야 할 양곡도매시장이 여러 가지 요인으로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양곡도매시장도 일본의 쌀 가격센터처럼 쌀 가격형성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여 쌀의 지표가격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한국농정신문 284호 2007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