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07-6-28   김성훈 상지대 총장, 경실련 대표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정부는 대외적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시작하면서 ‘코러스 FTA’라고 부르기로 했다. KOREA(한국)와 USA(미국)의 머릿글자를 합성하여 KORUS FTA라 명명한 것이다. KORUS란 말은 ‘합창(Chorus)’이란 단어와 발음이 같아 한.미간합창하듯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그리고 한·미 두 정부 협상대표는 어쩌면 그렇게 사이좋게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며 일사천리로 한·미 FTA를 끝장내었다. 미국이 정해 놓은 일정에 맞춰 때로는 짐짓 화난 척, 서로 싸우는 척 적절히 쇼도 연출하며 거의 미국이 원하는 방향과 내용으로 말이다. 한국이 지켰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이 요구한 것 중에 한 1-20% 양해를 받고 구걸 해 낸 것에 불과하다. ‘노래 소리 높은 곳에 민생들의 기름기만 말라간다(高聲歌處 民生膏)’더니 이는 바로 한.미FTA를 두고 하는 말 같다. 경제적으로 아무리 따져 보아도 손실이 너무 막심하다. 이익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레토릭(rhetoric: 미사여구의 말잔치) 뿐이고, 반면 피해는 즉각적이며 구체적이고 항구적이다. 이익은 가만 두어도 자생할 일부 대재벌기업 제품뿐이고 피해는 대다수 농업인, 중소상공인, 노동자와 자손만대까지 악영향을 미칠 국가기틀의 파괴로 번져갈 전망이다. 특히 나라와 겨레의 형성발전에 있어 필요불가결한 최소기본조건인 농어업, 농어촌, 농어민의 붕괴는 물론, 국토의 균형발전과 환경생태계 및 농어촌 경관의 파괴, 그리고 식량주권과 안전성, 전통문화와 복지사회의 피폐로 직결된다. 이같은 농업의 다원적 공익기능의 몰락은 장차 우리 후손들이 땅을 치며 당대의 우리 세대를 두고두고 원망할 소재임이 분명하다. 우리 농어업 소리없이 죽어갈 것 만약 관세가 모두 철폐되고 검역·위생조건 등 비관세장벽 마저 일시에 제거되어 우리 시장에 Made in USA가 넘치고 우리나라 농축산업이 견디지 못해 곧장 망해버리거나 농업인들이 농업을 포기하고 뿔뿔이 흩어져 떠나버린다면 반농업론자들은 차라리 골칫거리와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어 기뻐할지 모른다. 농민들 역시 얄미운 농업기생충들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지 않아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최소 15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 날 것이라는데 고민이 있다. 팔팔 끓는 뜨거운 물 속으로 개구리를 던져 넣으면 죽거나 뛰쳐나오거나 양단간에 선택할 것이지만 서서히 데워지는 미지근한 물 속에서는 나른해져 나중에는 뛰쳐나오지도 못하고 영락없이 삶아 죽는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꼭 우리 농민들이 한.미FTA로 당할 형국이 이와 같다. 어차피 45% 가량의 농가인구가 60세 이상 고령층이니 한 10년 후에는 사라질 농업 아니냐고 서서히 군불을 지필 작정이 아니라면, 그리고 오고 또 올 후생들이 농업 농촌에는 남지 않고 도시산업으로 향할 것이라고 지레 결론 낼 상황이 아니라면 한.미FTA는 우리 농업을 천천히 고사시킬 뿐임이 명확하다. 특수한 성공사례라든지 기적 같은 기사회생 사례야 꽤 있겠지마는 전체 농업.농촌.농민의 장래는 불울 보듯 뻔하다. 그래서 한.미FTA만은 삼가고 삼가 살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현 집권세력이 FTA 최대수혜자 그런데도 협정은 지난 4월2일 타결됐고 6월 중엔 다시 미국의 추가요구를 들어주는 재협상을 거쳐 오는 6월30일 양국 정부대표들이 체결 서명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이 협상으로 재미보는 계층과 사람은 누구인가. 정부의 말과는 반대로 가장 이익을 많이 볼 것이라는 자동차, 섬유업계는 사뭇 시무룩하다. 피해를 감안할 경우 별로 득이 될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진정 수혜자는 수입업자, 외국원료 제조가공업자, 그리고 소비자들인가. 지각 있는 소비자들은 현 상태의 국내 유통구조로 볼 때 별로 이익볼 게 없고 장기적으로 다국적기업의 농간이 우려된다고 한다. 그러면 진짜 혜택을 볼 계층은 누구일까. 아마도 한·미 FTA를 적극 추진한 정치세력이 아닐까 한다. 미국 정부에게 예쁘게 보이면 출세가도에 오르는 지난 60년간의 정치관행에 비추어 통상관료들과 그 설계사들의 앞길엔 이미 출세가도가 훤히 열렸고 그로 인해 이미 최고위직에 오른 사람도 벌써 생겼났다. 그러나 이들은 따지고 보면 조연 보좌역에 불과하다. 미국에 잘 보이려고 추파를 던지는 이른바 대선후보들도 보좌역뿐이다. 실질적으로 부시 정부의 환심을 얻고 보수세력이 눈감아 주어 꿈에도 포기할 수 없는 남북정상회담을 실현시킬 수만 있다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과 그 최측근들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 답이 절로 나온다. 경제문제를 정치문제화하여, 경제이익은 내주되 정치적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것으로는 한.미FTA만한 것이 없다. 과거의 우군이었던 노동자·농어민이 등을 돌리는 것쯤이야 정치적 이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한.미합창(코러스)을 밀어 부친 것이다. 농민 편 아닌 사람 퇴장시켜야 그러나 ‘만인을 일시에 속일 수 있고,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어도 만인을 영원히 속일 수 없다’는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5년 후쯤 삶아 퉁겨진 개구리의 죽음이 자기 자신과 후손들의 운명이란 걸 깨닫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지금이라도 깨어 있는 사람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농어민 농어촌 입장에선 현 정권이 가장 원망스럽지만 이를 알고도 한술 더 떠 노골적으로 한·미 FTA를 처음부터 지지하고 나선 대선후보자들도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도 곧 피해자 신세가 될 것이다. 이제 농민들도 선진국 농업인들처럼 대선에서건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에서건 똘똘 뭉쳐 농민 농업 농촌 편이 아닌 사람을 골라내어 퇴장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할 때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과 도, 시, 군의원 및 농축수협 조합장직을 친농어민 후보자로 채워가야 할 때이다. WTO 개방시대에 지자체와 농축수협만이라도 농어민 출신 또는 친농어업 인사로 장악해야 농어민이 살고 농어촌과 농축수산업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한국농어민신문 '07. 6. 28 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