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수 소설가, 도·농녹색교류연대 공동대표 최근 서울에서 한시간 남짓 거리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친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숲이 우거진 아담한 계곡에 자리잡은 집은 언뜻 쾌적한 청정지역의 전원주택처럼 보였다. 그러나 집안에 들어서자 거실 천장에 매단 파리잡이 끈끈이는 파리로 새카맣고, 밖으로 통하는 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더욱이 땅 속에 관정을 파서 뽑아올린 물은 식수로 쓸 수 없을 만큼 오염돼 있었다. 정화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적당히 버리고, 흘려보내는 오랜 관행 앞에서 그 친지는 몇 가구 안되는 마을의 외지 전입자 입장에서 당국에 신고를 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런데 상당수 농어촌지역의 식수가 오염됐다는 보도가 종종 나오고 있다. 문득 얼마 전 지역사회 개발 우수지역 영상취재차 방문했던 일본의 한 농촌마을이 떠오른다. 일본 열도의 남단 규슈 오이타현의 유후인은 인구 1만2,000명의 소읍으로 전통문화를 상품화한 세계적인 관광지다. 맛있는 쇠고기로 알려진 유후인소가 사육되는 축산지역이기도 해서 그곳을 찾을 때만 해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나라처럼 하천이 오염되고 악취가 풍기리라는 선입견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집집마다 사일로 시설과 축사가 보였지만 어디서고 오염의 징후는 발견할 수 없었다. 더욱 놀라운 광경은 읍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내는 유리알처럼 맑고 물고기떼가 몰려다니는데, 노인 두어명이 맨발로 물에 들어가 한가로이 민물조개를 찾아 건져 올리고 있었다. 30년 전만 해도 육우 사육 외엔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산간형 농촌지역이었던 유후인의 이런 성공의 시발점은 1970년대 초 지역사회개발사업으로 추진된 ‘소 한마리 목장 운동’이라고 한다. 자연과 생태환경이 잘 보전된 이 고장에 소 한마리를 출자해서 유후인의 목장주가 되자는 이 운동에 인근 벳부·후쿠오카뿐 아니라 멀리 도쿄·오사카 등지의 대도시인들까지 참여시키는 성과를 올린 것이다. 한적하고 평범한 농촌이던 유후인이 연간 500여만명의 국내외 방문객이 찾아오는 오늘의 휴식공간으로 가꿔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쾌적한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그 바탕에는 환경보전의 장애요인일 수도 있는 축산단지라는 입지여건을 극복하려는 피나는 노력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유후인 주민들의 자연과 생태환경을 보전하려는 강한 의지와 실천노력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의 대동맥인 템즈강을 살리는 데 200년이라는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듯 한번 오염된 지하수를 원상회복시키려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는 주택가 외진 곳이나 도시 근교에서 가전제품이나 옷가지 등이 버려진 것을 흔히 본다. 농촌의 논두렁이나 밭머리에도 폐비닐과 빈 농약병이 널려 있고 폐타이어와 농기계의 잔해가 흉물스럽게 나뒹군다. 우리는 이미 자연을 거스르고 환경을 훼손한 데서 오는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자연과 생태환경의 보전은 우리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 요소다. 무심코 버리는 한줌의 쓰레기와 오염수, 하찮은 부주의가 자연과 환경을 훼손하고 그 부주의는 자신은 물론 우리 후손이 살아야 할 우리 국토를 망가뜨리는 더 큰 재앙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최종편집 : 2006/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