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많은 이들이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술을 즐긴다. 요즘은 넉넉한 사람들 사이에 포도주가 유행이다. 더러는 아주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예찬론을 펴기도 한다. 위스키는 값이 엄청나게 비싸지만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서민이 즐기는 소주나 맥주도 소비량이 어마어마하다.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나 고유의 전통주는 명절에나 맛볼까 말까 하다. 시장점유율이 고작 0.2%라니 그럴 만도 하다. 프랑스 하면 포도주를 떠올린다. 세계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그중 16%를 마신다니 포도주 왕국답다. 영국 하면 위스키지만 한국이 본고장에서도 보기 어려운 유명 제품을 동나도록 수입한다. 독일이야 맥주로 너무 유명하다. 청주는 일본을 대표하는 술이다. 중국은 세계에 자랑하는 술이 숱하게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내세울 만한 전통주가 없다. 보릿고개 시절 곡물로 술을 못 만들도록 했다. 1917년 일제치하의 자가양조 금지가 그것이다. 이어 1965년 증류식 소주에 곡물 사용을 금지했다. 농주마저 단속대상이었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쌀이나 보리로 술을 빚다니 있음직한 조치였다. 3세대(1세대 약 30년 기준)가 넘도록 밀주단속을 폈으니 전통주는 그 맥이 끊어져 버렸다. 맛을 모르니 찾는 이가 없을 만도 하다. 1991년에야 양조면허가 개방됐다. 뜻 있는 이들이 전통주의 맥을 이으려고 애쓰지만 값이 너무 비싸다. 수입 곡물에 비해 3~5배나 비싼 국산 곡물을 쓰니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주세가 너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위스키와 같은 72%이니 누가 찾아서 마시겠는가. 프랑스의 포도주 주세율은 3.4%, 독일은 0%다. 그러니 세계시장을 파고드는 생산기반을 갖춘 것이다. 외국 자본이 장악한 대형 소주제조업체들이 독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거대한 자본력에다 유통망마저 장악했으니 영세한 전통주 업체들이 파고들 틈이 없다. 증류주인 전통주가 대중주로 자리잡은 희석식 소주와 견주려 해도 값이 너무 비싸다.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값마저 비싸니 가게나 주점에서 비치조차 않는다. 마시고 싶어도 못 마신다. 프랑스는 포도주가 농업생산의 14%를 차지하고 연간 수출액이 59억달러나 된다. 일본은 애주가들이 도수가 낮은 술을 즐기면서 청주 소비량이 주는 추세다. 하지만 끊임없는 품질관리로 수입술과 승부를 겨룬다. 7%로 떨어진 점유율을 1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유기농산물을 사용한다든지, 제조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값이 싸야 전통주도 소비자 기호에 맞추는 상품전략인들 구사하지 않겠나. 쌀이 남아돌고 농촌경제는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작지만 타개책의 하나가 전통주를 살리는 일이다. 먼저 전통주의 주세율을 탁주 수준인 5% 정도로 내려야 한다. 지금 논의되는 수준은 너무 높다. 경쟁 열위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프랑스의 주세율을 보라. 그렇지 않고는 전통주를 살릴 길이 없다.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ekimyh@hanmail.net [최종편집 : 2007/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