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농협의 염철재 판매과장(왼쪽)이 오정호씨를 방문, 배정 물량 외 복분자 판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횡성 복분자 재배농, 과잉생산 판매 막막 “수확을 하면 뭐합니까. 판로가 있어야지. 시세도 뚝 떨어져 남는 게 거의 없는데….” 강원도 복분자 최대 생산지인 횡성지역의 복분자연구회 회원 250여명은 요즘 복분자를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지만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전국적으로 복분자가 과잉 생산됐지만 판로가 한정된 탓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산량이 많지 않았던 터라 주거래처인 전남·강원의 주류업체 등에 생산량 대부분을 납품했었다. 하지만 올해 납품량은 전체의 60%에도 못미친다. 값도 1㎏당 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떨어졌다. 납품량과 값은 복분자연구회가 주류업체와 결정한다. 이들 상당수는 횡성군의 권유로 복분자 재배를 시작했는데 본격적인 수확도 제대로 못해보고 농사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횡성군은 2000년부터 복분자를 소득작목으로 육성, 현재 50㏊의 단지를 조성한 상태다. 횡성군 안흥면 상안1리에서 1,000여평의 복분자 농사를 짓는다는 오정호씨(60)는 “배정받은 250㎏ 외에는 달리 내다팔 곳도 없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가 복분자를 재배한 지는 올해로 4년째. 하지만 수확은 지난해부터 이뤄졌다. 복분자는 정식한 지 2~3년째부터 수확하기 때문이다. 그는 “군 보조사업으로 시작했는데, 수확도 제대로 못해보고 농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농민들로서는 판로 개척에 미온적인 횡성군의 처사도 원망스럽다. 김광용씨(55·공근면 매곡리)는 “소득작목으로 권장해놓기만 하고, 과잉 생산되니까 알아서 팔라는 게 어디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원인호 복분자연구회 총무(53)는 “지난해 이미 과잉 생산이 예고돼 마케팅에 적극 나서줄 것을 군에 건의했었는데,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대책을 세우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행정이 답답하기만 하다”며 “장기적으로 농민들이 안정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대책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용국씨(60·우천면 무남리)는 “하루 종일 수확해봐야 인건비 건지기도 힘들어 납품 물량만 수확하고 나머지는 그냥 둘 참”이라며 “내년에는 다른 작목으로 전환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마땅히 지을 농사는 없고, 괜찮다는 소득작목을 찾아 여기저기 메뚜기처럼 옮겨다니는 농민들의 몸과 마음은 그래서 더욱 피곤하다. 횡성=김태억 기자 eok1128@nongmin.com [최종편집 : 200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