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브라질 아마존 정글에서 나비의 날개 짓이 시간이 지난 후에 증폭되어 멕시코만 앞바다에 허리케인을 가져온다는 카오스 이론이다. 이를 수입 쌀에 비유하면 칼로스를 선적한 배가 출발 항구에서 잔물결을 일으키지만 태평양을 건너오면서 한반도 쌀 산업에 해일처럼 다가오는 수입 쌀의 나비효과를 연상케 한다. 미국산 칼로스 쌀은 지난 4월 5일부터 1차 공매가 시작되어 4월 한 달 4차례에 걸쳐 공매가 이루어졌다. 낙찰가격도 점점 낮아지고 심지어 4차 공매 때는 유찰되기에 이르렀다. 막상 수입 쌀로 밥을 지어 먹어 본 반응이 좋지 않아 입찰 참가 양곡상에 반품으로 돌아오기까지 하였기 때문에 공매낙찰 유인이 크지 않았다고 하겠다. 공매참가자는 재고 부담을 안게 되고 가격에 대한 메리트도 없어 마진은 커녕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수입 쌀은 금방 해서 먹을 때는 그런대로 먹을 만 하지만 식었을 경우에 냄새가 난다는 부정적인 평가이다. 또한 국산 쌀과 식미 테스트에서도 우수하지 못한 것으로 매스컴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앞으로 칼로스 낙찰가격은 더욱 낮아질 공산이 크다. 유통경로도 당분간은 대형유통업체 매장에서 취급되기 보다는 외식부문에 머무를 것이다. 수입 쌀 시판물량이 작년과 올해 물량을 다 합쳐도 국산 시판물량의 1%도 안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수급가격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 하겠다. 심리적인 영향으로 장래 우리 쌀 산업에 불안감을 가져오고 있다. 본격적으로 국산쌀과 품질면에서 맞대결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는 않다. 농업인시위로 대형유통업체 매장 취급이 제한되고 정부의 공매 예정가의 통제 덕분이기도 하다. 정서적으로야 우리 쌀의 우수성 홍보를 해 나가지만 소비자가 과연 세뇌되어 끝까지 지금처럼 우리 쌀에 애국하겠는가. 즉 농업계의 수입 쌀 저항 활동, 공매가격의 통제, 소비자의 우리 쌀 애호 정서 등이 아직까지는 우리 쌀 소비에 유리하다. 그리고 수입 쌀 공급주체들의 적극적인 촉진활동이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은 점도 수입 쌀 인식을 좋게하지 않는다.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수입 쌀은 수세적인 상황에 있다. 농민단체들이 언제까지 시위하면서 수입 쌀 유통제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지금은 수입 쌀이 호된 신고식(?)을 치루고 있는데 향후 계속될 것 같지는 않다. 다음의 중국산은 어떨까. 칼로스 보다 수송기간도 짧고 특별히 냄새도 없어 국산 쌀 보다 열등한 점이 부각되지 않는다면 결국 국산 쌀과 치열한 가격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국산 쌀 20kg 쌀 한포대 가격이 5만원대, 4만원대, 3만원대의 고중저 가격구조를 앞으로도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이 필자의 관심사항이다. 수입 쌀 물량이 많아지고 유통경로의 제한없이 판매되더라도 국산쌀의 고가와 중가 고객이 존재해야한다는 말이다. 국산 쌀에 대한 고가 시장이 없어지면 생산자는 고품질을 추구할 필요가 없어지며 우리 쌀은 이전투구 하듯이 하향 평준화된 가격체계에서 수입 쌀과 가격경쟁을 벌여야 한다. 국산 쌀이 가격 보다는 비가격 부문에서 경쟁우위를 갖추어야 하는 방향과는 다른 양상이다. 선택은 고객이 하는 것이므로 고객의 기호에 맞는 품질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 쌀 소비촉진 캠페인보다도 품질 우위가 경쟁력 강화방안의 핵심인 것이다. 수입 쌀과 품질이 같다면 낮은 가격으로, 가격이 같으면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품질과 가격이 모두 같다면 서비스를 우수하게 하는 등 쌀을 "정치재"가 아닌 "경제재"로 보고 철저하게 경쟁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산 쌀에 대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쌀 산업 나아가서 농업을 지키는 길이다. 혹자는 품질이 능사가 아니라고 한다. 물론 개별농업경영 측면에서 비용 대비 수익 측면에서 따져 볼 일이다. 피해야 할 일은 중저품위로 가격도 유리하지 않고 품질도 내세울 수 없는 중간치기로 어떤 경쟁력도 없는 상품을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품질 쌀을 식별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쌀의 등급 표시가 소비자 입장에서 불분명하고 고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지 않다. 고객이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는 의사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과 같이 특정 산지와 품종 위주로 고가격이 통용되는 것이 향후 수입 쌀과 경쟁에서 바람직한 가격 등급화 기준인지는 논의를 필요로 하지만 고객입장에서 판단 가능한 객관성있는 가격등급화 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관계 주체들의 비상한 논의의 광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대형 유통업체는 고객과 상품가치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소홀히 하고 빈번한 할인행사로 가격민감도를 너무 높여 놓은 것도 문제이다. 고객에 대한 가치 전달 책임이 산지공급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통업자도 함께 쌀의 가치를 홍보하면서 판매할 줄 알아야 한다. 20kg 쌀 한포대 5만원대 짜리가 차지하는 공간과 3만원대 짜리가 차지하는 공간이 같은 것 아닌가. 저가 할인 행사는 중고가 쌀의 소비를 잠식(carnivalization)하기 때문에 유통업체입장에서도 매장의 이익관리에 반드시 도움될 것 같지 않다. 어렵겠지만 고가격 상품의 회전도를 높일 수 있는 매장운영 전략을 산지와 함께 궁리하길 바란다. 올해 수확기가 평년작이라고 한다면 양곡연도말 예상 재고량이 805만섬으로 과거 3년 동안의 동기간 재고량을 훨씬 웃돌아 과잉재고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입 쌀의 국산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지날 수록 클 것 같다. 나비효과가 현실이 되지 말아야 한다. * 본칼럼은 5월 3일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