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미시장 공략땐 큰 위협…소비자 호기심 구입 우려도 각종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지만, 그동안 ‘밥그릇’만큼은 100％ 우리 쌀 차지였다. 하지만 이달부터 이 밥그릇을 놓고 미국·중국·호주·태국과의 한판 승부가 시작된다. ◆‘절대 구입하지 않겠다’〉‘값 싸면 사겠다’=10일쯤부터 할인매장과 슈퍼마켓 한편에 진열될 미국산 〈칼로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입장은 둘로 갈린다. 농촌 출신의 주부 김정진씨(43·서울 구로구 구로동)는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수입쌀을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수입쌀을 사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에서 자란 서은희씨(35·경기 성남시 야탑동)는 “같은 수준의 맛이라면 조금이라도 싼 쌀을 찾는 게 주부들의 마음”이라며 “안전성이 의심되는 중국산은 몰라도 미국산은 괜찮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05년 12월 대도시 소비자 702명을 대상으로 수입쌀 구매의향을 조사한 결과 ‘어떤 경우에도 수입쌀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60.5％로 가장 많았고 ‘가격이 국내산보다 싸고 품질이 좋으면 구입하겠다’는 응답자는 35.6％로 조사됐다. 농경연은 농산물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수입쌀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많이 나왔지만, 수입쌀이 저가시장을 파고들 경우 우리 쌀의 입지가 위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쌀 소비량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외식업체 및 급식업체의 경우 품질보다는 가격에 민감하게 응하기 때문에 우려 이상으로 수입쌀이 잘 팔릴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기심 구입 우려=보릿고개를 극복하기 위해 70년대 정부가 장려했던 〈통일〉벼가 주식이었던 시절, 미군 부대에서 불법으로 유출된 〈칼로스〉는 서울 부잣집에서나 먹던 고품질 쌀로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따라서 〈칼로스〉가 매장에 진열되면 호기심으로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상길 농림부 식량정책국장은 “수입쌀이 풀리는 초기에는 호기심과 충동심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미 해외여행 자유화로 〈칼로스〉를 맛본 국민들이 많기 때문에 농업계가 우려할 정도로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입쌀 시판으로 국내산 쌀값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확기 산지 쌀값이 폭락한 것은 추곡수매제 폐지가 주된 원인이지만 올해부터 수입쌀이 풀릴 것이란 우려도 적잖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농경연은 수입쌀 1만t이 풀릴 때마다 국내산 쌀값은 1㎏당 10원씩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5만6,986t이 시판되므로 80㎏ 한가마당 4,560원이 떨어지고, 쌀협상 이행기간의 마지막 해인 2014년쯤엔 10만원대 밑으로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입쌀 시판물량 확대는 지속적인 쌀소비 감소 이상으로 우리 쌀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상영 기자 [최종편집 : 2006/04/03]